연어와 여행하는 방법

클랜 El Clan (2015) 본문

THEATER

클랜 El Clan (2015)

RELL 2016. 5. 13. 17:00


감독: 파블로 트라페로

출연: 길예르모 프란셀라, 피터 란자니

★★★★



 80년대 초반 아르헨티나의 군사정부가 무너진 뒤, 원래 정보부에 몸 담고 있었으나 직장을 잃게 된 푸치오 아버님은 열폭의 끝에 잘 먹고 잘 사는 놈들에게 엿도 먹이면서 실리도 챙길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린다. 납치를 한 뒤 몸 값을 받아내는 것.

 첫 타겟은 럭비 스타인 큰 아들의 친구였다. 아들을 이용해 친구를 쉽게 꼬여낸뒤 그 부자 부모에게 몸값을 받아냈다. 돈을 받은 뒤엔 정말 풀어줄 생각으로 눈을 계속 가려두었다. 그러나 신상이 노출되자 어쩔 수 없이 죽이게된다. 처음 하기가 어렵지 한 번 성공하자 아버님네 일당의 범죄는 점점 에스컬레이트 해 간다. 몸값이 올라가고, 인질에게 눈가리개도 하지 않은 채 납치한 뒤 미리 죽여버리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주목하게 되는 건, 그의 범죄행위가 아니라 그와 그의 가족들의 관계와 행태였다. 

푸치오가 가장 안심할 수 있는 장소는 자신이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는 가정이었다. 그래서 그는 비명을 지르는 인질을 당당하게 집으로 끌고들어와 감금한다. 인질들이 울부짖어도 교사인 부인이나 아무 생각없는 딸들은 아버지의 행동에 의문 하나 품지 않는다. 

집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참지 못한 막내 아들이 집을 나가자 아버지는 배신자라며 강력한 분노를 표출한다. 친구의 죽음에 죄책감에 시달리다 나중에 범행에서 빠지게 되는 큰 아들에게도 똑같이 배신자의 낙인을 찍는다. 자신의 소유물이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것은 정말 푸치오 자신에게 있어선 큰 배신이었던거다.


 곧 범행이 드러나고, 본인과 가족들이 모두 연행된다. 자신의 혐의만 인정하면 가족들은 풀어주겠다고 판사가 말했지만 푸치오는 가족을 이용해 자신이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 본인은 되게 억울했을거다. 시대가 바뀌기 전엔 똑같이 했어도 전혀 지장없던 일들에 대해 죄를 물으니까 말이다. 가족은 자기 소유물이니 이용해도 당연한거고.

 잘못을 인정하긴 커녕 잘못이라고 생각조차 않는 아버지를 보며 절망한 큰 아들이 법정에 가는 도중 계단 아래로 스스로 몸을 던지는 것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데, 갑자기 확 달려나가 추락하는 그 움직임이 굉장히 충격적이어서 기억에 남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이야기는, 일가 전체가 살인을 저지르고 방조한 충격적인 사건으로 알려져있는데, 영화는 그것에 주목하기 보단 가정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선들을 다뤄서 좋았다. 시대에 뒤쳐진 한 가장이 어떻게 가정을 망치는지 구경하는 과정에서도, 죄의식 따윈 없이 푸르고 투명하게 빛나는 아버님 역의 길레르모 프란셀라의 눈이 인상적이었음.


16.05.13 金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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