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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MYSTERY

브라질 나비의 수수께끼 ブラジル蝶の謎

RELL 2016. 4. 6. 19:21



브라질 나비의 수수께끼

아리스가와 아리스

1996.05

코단샤

★★★☆



 국명 시리즈 세번째 작품.

 후기에 의하면, 기존에 써놓은 단편들을 묶을 때가 되어 편집자로부터 국명 시리즈 내자고 의뢰를 받았는데 정작 국명이 들어간 단편이 없어서 표제작을 뒤늦게 쓰기 시작했단다ㅋ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이지만 집필한 순서대로 책을 내는 게 아니기에 옛 작품도 섞여있다. '사람 먹는 폭포'는 시마다 소지의 앤솔의뢰를 받고 쓴 작품으로, 작가 아리스 시리즈의 첫 단편이자, 46번째 밀실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인 92년작이다. 그래서 센세와 아리스가 32세인거고요.



<브라질 나비의 수수께끼>

 나비 덕후였던 유수 금융회사의 회장이 지병으로 죽고, 그와 절연하고 무인도에서 홀로 살던 남동생이 제반 문제 처리를 위해 오사카로 온다. 그리고 그날 밤, 형의 저택에서 홀로 묵던 그가 둔기에 맞아 살해당하고, 그가 살해된 방 천장에는 형의 콜렉션이었던 거대한 나비의 표본들이 괴이스럽게도 빼곡히 붙어있었다.

 피해자가 저택에서 살려달라며 걸어온 전화 때문에 사망추정시각이 좁혀지고 용의자 네 명의 알리바이가 혼선이 되었는데, 이 전화와 나비들 모두가 당연히 연관이 된 트릭으로, 센세가 매끄럽게 풀이하여 추리해 주셨다. 형형색색으로 천장에 붙어 시선강탈하던 나비들이 아마존에 사는 하나의 '종류'였다는 사실에 착안점을 둬서 글이 완성도 있고 매끄럽게 이어진 듯.

 나비가 보여주는 이질적인 정경도 물론 그러했지만, 이번 글의 특이점은 바로 범인의 찌질 열폭쇼와 센세의 한마디로 딱 떨어지는 마무리. 그래서 더 여운이 더 있었던 것 같아. 그 나비배경과 함께 참 근사했음.

 범인은 관광으로 유명한 라 모군이 생각날 정도로 엄청 짖어댔다. 센세에 대한 업계 사람들의 소문을 알려주면서 개처럼 물어뜯었음ㅋㅋㅋ


p67

「난 안 했어! 증거가 있으면 보여주시든가

항상 그딴 식으로 뜬구름 잡는 소리만 늘어놓고는 경찰한테 증거를 찾게한다며? 당신이 뭔데? 

한낱 사립대학 조교수인 주제에 그런 짓만 하고 다닌다며 아는 변호사가 얘기하더군」

무슨 소리지? 라고 묻는 듯 히무라는 눈살을 찌푸렸다.

「당신이 사냥꾼처럼 구는 명탐정이란 소리야.

범죄자를 나비처럼 콜렉션에 넣고선 기뻐하는 정의의 사도라니, 형사도 아닌 주제에 오지랖도 넓은 남자군. 아니면 권력에 굶주린 쓰레기인가?

내가 아는 남자는, 당신을 괴물이라고 하더라고. 물론 천재라는 뜻이 아니야. 문자 그대로 괴물.

당사자도 아닌 주제에, 경찰관도 아닌 주제에, 범죄 한복판에 뛰어들어 범인을 사냥하곤 즐거워하는 인간을 정상이라고 볼 순 없지」

노려보는 상대를 향해 히무라는 그대로 가만히 서있었다. 그러다――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어」

심상치 않은 뭔가를 감지한 것인지, 카와베는 조용해졌다.

몇 백 마리나 되는 나비.

형형색색의 날개.

그 넘쳐나는 색채 속에서, 히무라는 미동도 없이 서있었다.

몇 번이나 그에게서 들은 말이 떠올랐다. 어째서 범죄자를 사냥하는거야? 라고 누군가 물어볼 때 마다 그가 하는 대답.

의미를 모를 그 말.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으니까」



<망상일기>

 한밤중에 옆집 사람이 지나가다 발견한 활활 타고 있는 소사체. 발견된 사람은 아내와 아이를 사고로 잃고 정신분열증을 일으켜 의사인 장인장모에게 보살핌 받고 있던 사위였다. 

 한자와 카타카나와 심지어 한글까지 뒤섞인 문자를 창조해 일기를 쓰고 있던 그의 죽음에 대해서 흡사 암호 풀기의 기분으로 도전한 수사였으나, 그는 분열증이 아닌 단순히 실어증이 걸렸을 뿐이었고, 지은 죄를 자백하려 하자 입막음으로 장인장모에게 살해당했던 것 뿐'ㅅ'

 정신 의학적인 설명 부분이나 일기같은 부분은 흥미로웠는데 사건 자체가 그닥 재미있질 않았다.



<그인가 그녀인가>

 특이하게도 시작과 끝이, 아리스가 아닌 다른 화자의 입을 빌어 나온다. 정확히 말하면 화자가 바뀌었다기보단 아리스가 해당 인물의 대사를 들어주고 있는 상황.

 여장을 하면 주변 사람들이 아무도 남자라고 의심치 못하는 모태미인 오빠가 둔기로 살해당했다. 용의자는 남친을 빼앗긴 여자, 유산을 노리는 사촌 누나, 아버지가 죽고나자 나타난 배다른 동생 등등이 있었고, 여느 때 처럼 히무라 센세가 용의자들의 진술을 듣고 거기서 위화감을 발견해 범인을 특정해냈다. 키워드는 '여장 남자로 변신한 여자' ㅋㅋㅋ야야코시이


 그치만 히무라 센세의 등장은 진술 타임 잠깐 뿐이었음. 전술한대로 마지막도 피해자가 다녔던 오카마바 마담 언니가 해줬기 때문이다. 히무라 센세가 타입이라고 한 마담 언니는 센세가 느낀 용의자 진술의 위화감을 바로 캐치해 자기가 다 얘기해버림. 후기에서 리얼 아리스의 편집자가 드디어 히무라 센세 라이벌 나타난거냐고 했다는데 뿜었다ㅋㅋ

 이 마담언니 암만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해도 그렇지 아리스 이름 못 외워서 '쿠리스가와'라고 함. 나 아리스 이름 네타 나올 때 마다 왜 이렇게 빵빵 터지나 몰라



<열쇠>

 편집자에 의해 호텔에 갇혀 통조림 상태인 아리스한테, 도쿄에서 열린 학회에 다녀오던 길인 히무라 센세가 쿠키를 들고 들렀다. 학회에서 만난 지인에게 받은 옛 사건의 기념품인 '열쇠'를 보여주며 아리스 휴식할 겸 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3년전 모교에 조교수로 부임하던 해의 가을, 이즈 반도 근처에 자료조사 차 가서 경찰서에 들렀다가, 옆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히무라 센세와 알고 지내던 키누가사 경시가 불러 사건을 다루게 된다.

 별장 지대에서 이웃간의 파티 후, 별장 주인이자 당시 부재중이었던 사장의, 젊은 비서가 살해당하고, 유일한 단서는 살해현장에 떨어져 있던 모종의 열쇠였다. 사장의 부인이 딸 뻘일 정도로 나이가 어리고 미모의 소유자라는 묘사가 이어지고 그런 부인을 젊고 잘생긴 비서에게 맡겨놨다는 진술이 이어지자 뭐야 정조대라도 채워놨어? 싶었는데 진짜였어=ㅅ= 설마 그 열쇠가 정조대 열쇠라는 것 까진 사고가 확장되지 않았지만,

 인물들의 진술이 끝난 시점에서 히무라 센세가 회상을 중단 시키고, 열쇠의 주인이 남편이었다. 라는 결론부터 불쑥 말한 다음에, 그 열쇠가 무슨 열쇠인지 아리스에게 맞추라며 문제를 내는데 이거 뭐야 싶었음.

 아니 뭐 없을 수 없지는 않은 이야기인데 다 떠나서 그걸 누가 왜 기념품으로 줬으며 그걸 왜 넙죽 받아왔는지 그 부분이 이해가 안됐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단서로 쓰이기 위해서라는 건 알겠는데 좀 억지쟝. 왜 남이 차고 있던 정조대 열쇠를 소중히 받아오는건데요. 키쇼쿠와루이데스요;;



<사람 먹는 폭포>

 센세와 아리스 32세의 겨울. 무츠 대학에 볼일이 있던 센세와 취재 여행 겸 따라간 아리스는 이와테에 갔다. 

그리고 이전에 교토에서 온 여행자가 토오노에서 살해당한 사건 때문에 인연이 있던 이와테 현경의 나구라 경부에게 인사하러 갔다가 근처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 도움을 요청 받게 된다.

 키타카미 고지에 있는 아는 사람만 안다는 폭포에서, 어떤 노인이 절벽밑에 떨어져 죽은채 발견된다. 제발로 폭포로 걸어간듯 똑바로 절벽까지 이어져있는 발자국 때문에 수사는 혼선을 겪고 있었고, 지난 여름 어느 여배우가 이번 사건과 유사한 형태로 이 폭포에 떨어져 죽었다는 사건이 드러나며, 그 당시의 영화 촬영 멤버가 근처 폐가에 또 방문했다는 게 알려지자 그들이 용의선상에 떠오른다.


 21개의 장화를 사용한 발자국 트릭이 사용되었다. 하하 생각지 못한 트릭이라 재밌었고, 범인이 그 짓을 하고 있는 정경이 떠올라 또 재밌었음.


p257

또 다른 아이디어가 나에게 강림했다.

「범인은 이곳에 다리를 만든 건지도 몰라」

「다리라니 무슨 소리야」

「통나무나 판자같은 걸로 다리를 만들어 건너와서는, 카타세 고로를 부른거야. 급하다며 불러내선 그가 건너올 때 다리를 무너뜨린거지」

히무라의 얼굴에 동정의 빛이 떠올랐다.

「너 소설만 슬럼프였던게 아니구나」

말이 너무 심하잖아


히무라 센세가 아리스를 동정하는 얼굴이 상상돼서ㅋㅋㅋㅋ


p262

「있잖아 아리스」

「왜」

히무라는 강쪽을 보면서,

「범인으로선, 카타세 고로의 죽음을 자살 혹은 사고로 보이고 싶었을거야. 그런데 어째서 사체를 강에 던지지 않았다고 생각해? 사체가 발견되지 않는 쪽이 범인에게 유리한건 명확하고, 그 현장에선 매우 쉬운 일이었을텐데 말이야. 강으로 빠뜨리기만 하면 폭포가 먹어줬을 테니까」

나는 울컥했다

「또 질문만 하는거야? 적당히 좀 해. 그만 뜸들이고 니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얘기를 좀 하란 말야. 작년 크리스마스 사건 때랑은 정반대잖아」

「어라... 기분이 안좋나보네. 나도 생각하고 있어. 슬슬 정리되어가는 중이야」


 용의자들이 센세를 불청객처럼 생각하는 와중에, 이번 이야기의 히무라 센세는 굉장히 질문을 많이 했다. 그래서 용의자들이 더 짜증냈다. 무능해서 자기네들한테 추리시킨다고 빈정거렸다. 그리고 아리스도 드디어 짜증냄ㅋ

그리고 '작년 크리스마스 사건'이란 46번째 밀실을 의미한다. 작가가 문고판 후기에 나같은 애들을 위해 친절하게 언급해줌.


p264

「저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가자 아리스」

옆에서 걸으며 나는 히무라에게 물었다

「뭔가 번뜩였어?」

「완전 번쩍번쩍이야. 너무 가까이 오지마 화상 입을라



<나비가 날다>

- 34세. 시점은 모모를 줍기 전, 냥이 두 마리만 있던 시기.

 게를 먹고 싶다는 히무라 센세의 한마디에 그래 먹으러 가자! 라며 룰루랄라 숙소를 예약한 아리스. 당일에 알람을 깜박해 차를 놓칠뻔 하나 간신히 잡아타고 교토에서 탑승할 히무라 센세를 기다렸으나 센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히무라 센세를 '도지'ㅋㅋ취급하며 무슨 일일까 신경쓰다가, 그 일 보다 더 신경쓰이는 남자를 목격하게 된다.

 기차를 타다 말고 반대편 승강장을 뚫어져라 보던 중년남자인데, 하필 아리스의 건너편 자리에 앉게 되었고, 호기심에 진 아리스는 조금 말을 섞다가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남자는 35년전 여행지에서 사라진 지인을 방금 목격했다 한다. 1960년 남자와 지인 커플은 함께 이즈 반도의 해변에 놀러갔고 다음날 커플이 숙소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아리스가 흥미진진해 했던 것은 전날 비가 와 바닷가 숙소 주변은 온통 진흙탕이었는데 그들이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은채 '증발'했다는 점이었다. 

 생각지도 않은 밀실 네타에 씽나하다가 히무라 센세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는 사이, 지나간 츠루가 역에서 남자는 내려버린다. 아리스는 결말을 듣지 못해서 꽁기꽁기한 채로 그 날 후쿠이에서 센세와 게살을 알차게 뜯고는 이 일을 털어놓는다.

 센세는 이야기를 듣고는 어딘가에 전화해서 확인한 뒤 쌈박하게 가능성 높은 해답을 아리스에게 던져줬다. 그 날은 바로 칠레에서 대지진이 일어났던 날로, 바다 반대편의 일본에까지 약한 쓰나미가 왔었다.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 지인들의 발자국은 그 쓰나미가 없애준 거 였음.

  

 이 단편이 쓰인 시기가 고베대지진이 일어나고 얼마 안되었을 때라, 아리스도 그 재해를 언급한다. 즉, 바다 반대편에서 일어난 나비의 날개짓이 이쪽의 연인들에게 작은 기적을 만들어준 것 처럼, 이번에 일어난 힘든 대지진도 멀리있을 누군가에게 작은 기적을 만들어주는 날개짓이 되면 좋겠다는 의미로 쓴 글 같았음.

 후기에 의하면 트릭자체는 훨씬 전에 생각했던거라지만 말이다.


p283

「가끔은 산인 근처로 게를 먹으러 가고 싶군」

폐렴에 걸려 야마시나의 병원에 입원한 하숙집 할머니의 병문안을 다녀오는 길. 전철 안에서 히무라 조교수는 중얼거렸다.

「호오」 나는 조금 놀랐다. 「히무라 선생님이 구루메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다니, 별일이 다 있네」

「나도 평범한 인간이니까, 기본적인 욕구는 느낀다고」

그는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지만, 왜 갑자기 산인에 게를 먹으러 가자는 생각을 했는지, 풍부한 통찰력을 가진 나는 그 이유를 바로 알았다. 그리고 그냥 말하는 건 재미없을 것 같아 수수께끼처럼 던져보았다.

「소나기가 내리면, 범죄학자는 게를 먹고 싶어진다 ――라는거지」

히무라는 눈살을 찌푸리며

「무슨 소리야?」

「일명 나비 효과. 일본풍으로 말하면 '바람이 불면 통장수가 돈을 번다」

(중략)

「뭐 됐어 이유나 설명해봐」

「일단 비가 내리면, 할머니가 서둘러 빨래를 걷으려고 하다가 쫄딱 젖어 감기에 걸린다. 그러다 감기가 심해져서 폐렴이 되고, 폐렴이 되면 친척인 의사가 하는 야마나시의 병원에 입원한다. 그럼 유일한 하숙생인 범죄학자 히무라 히데오 조교수는, 필요한 물건을 가져다주거나 병문안을 위해 한동안 병원에 다닌다. 그렇게 병원에 다니면서 평소에 안타던 JR을 타게 된다. 전철을 타면 차 안에 있는 광고지들에 자연히 눈이 가게 된다. 요즘엔 여기저기 게를 먹으러 오라며 호쿠리쿠나 산인 관광 포스터가 많으니까. 그걸 보고 '게를 먹으러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메커니즘이지」

「질린다.... 바람이 불면 통장수가 돈을 번다고 하는 것도 어이가 없지만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센스보단 훨씬 낫군」

「그래? 그치만 난 바람이 불면 통장수가 돈을 번다는 속담이 싫어」

「동감이야」

「그치?」

「그래. 덧붙여 말하자면, 남획당한 고양이들의 비극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군」


속담의 중간 부분에만 몰입해 샤미센 만드는데 잡혀간 고양이에게 감정이입하는 히무라 센세 역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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