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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장의 살인 菩提樹荘の殺人 본문

BOOK/MYSTERY

보리수장의 살인 菩提樹荘の殺人

RELL 2016. 3. 21. 19:30



보리수장의 살인

아리스가와 아리스

2013.08

문예춘추

★★★★



<아폴론의 나이프>

 도쿄에서 벌어진 무차별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고등학생 소년 일명 아폴론, 살인마 왕자가 도주한다.

그 때, 간만에 찾아온 한 달의 휴가를 즐기고자 '정보 쇄국 정책'을 펼치고 책만 읽던 아리스는 산책 갔다가 어떤 미소년이랑 조우.

 한편 오사카에서 남녀 고교생이 칼에 찔려 살해된채 발견되어 아리스는 센세의 필드워크에 동참하게 된다. 다들 그 사건을 아폴론이 저지른 짓이라며, 미성년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라지만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라며 여론이 들끓게 되고, 히무라 센세는 일언반구도 없이 조용히 사건을 조사하고 진상을 밝혀내신다.

 이야기는 살인 사건 보다는,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인권이 존중받는 세태에 대한 부조리함을 다뤘고, 그를 위해 가해자를 피해자로 바꿔치기한 발견자의 행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요즘 아이를 학대하다 살해한 계모의 기사에 쏟아지는 댓글들과 완전 똑같은 의견들이었기에 뭔가 생생하게 이것저것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음.


「아리스 '흉악범들의 이름이나 얼굴을 공개하지 않아도 특별히 불편한건 없잖아. 그건 사회적인 제재로 징벌의 일환일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틀린거야?

히무라 '완전히 틀렸어. 누군가를 체포한다는 행동은 굉장히 무거운거야. 강제적으로 신체를 구속하고 취조하는 행위니까. 

 잘 생각해 봐, 아리스. 체포자의 이름도 얼굴도 공표하지 않는 사회라는 건, 경찰이 언제 어디서 누구를 끌고가는지가 은닉되는 사회야. 이거야말로 가장 인권이 위협받는 일 아닌가? 공권력은 감시하에 있어야 해. 범죄자의 이름이나 얼굴을 숨긴다는 것은, 범죄자 자신 뿐 아니라 선량한 시민한테도 불이익이 생긴다는거다'

모리시타 '민주 경찰이라면, 체포한 인간의 신상은 제대로 공표하고 책임을 져라. 책임지지 못할 체포는 하지 말아라 라는 말씀이신가요?

히무라 '범죄사회학에 있어서, 소년 범죄는 커다란 연구 과제입니다. 소년범죄를 졸업 논문의 테마로 한 세미나의 학생 한명이, 어느 날, 중얼거리며 말하더군요

 <미성숙한 소년이 살인 같은 중대한 사건을 일으키면 어른들은 놀라거나 무서워하는데요. 그것도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성인이 되어, 보다 분별력을 갖춘 인간이 살인을 저지르는 쪽이 더 놀라고 무서워 해야할 일 아닌가요?> 라고요'」



<히나 인형을 웃어라>

 한창 주가 상승중인 만담 콤비 '히나 인형'의 멤버가 살해당한다. 남자 멤버의 이름인 오비나에서 따와 각자를 남자 히나, 여자 히나라고 칭하는 만담가스러운 콤비였다. 

 용의선상에 떠오른건, 파트너인 오비나 본인, 오비나의 이전 파트너 여성, 메비나의 이전 파트너 남성, 매니저 등등. 

센세와 아리스는 만담에 대해서는 뭣도 모르는 일반인 1,2였기에 취미라 상세히 알고 있는 타카야나기상, 일명 코마치상과 함께 수사를 해 나간다. 각자의 증언과 알리바이를 듣고 히무라 센세가 파바밧 논리적으로 해결해나갔다. 이야기를 오비나의 전 파트너에게 맞춰서 '떠밀리기 쉬운 사람' 이라는 키워드가 되는 인물 특성과 함께 깔끔하고 완성도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었음.

 그저 만담이 소재인 탓에 만담스러운 아재스러운 말장난들이 보여서 보는 재미 중 하나였고, 매니저 인가가 아리스 풀네임을 못 외워서 '야마토가와 야마토'라고 하는데 진짜 심하게 현웃터져서 한참을 끅끅댔다.

 마지막의 아리스의 센류도 인상적이었다'ㅅ'



<탐정, 청의 시대>

- 쇼핑 나갔던 아리스에게 십여년만에 보는 대학 동창이 말을 걸어온다. 근처 카페에 가서 담소를 나누다, 그녀는 아리스가 모르는 히무라의 대학시절 일화를 들려준다. 

 심각한 살인 사건도 아니고 짧은 에피소드였지만 대학 시절의 히무라 센세를 엿볼 수 있어서 유익했던 이야기.

짧은 이야기라도, 시작 정경 묘사에 고양이를 슬쩍 집어넣고 마무리에서 꺼내어 완결성 있게 마무리했다. 센세와 고양이의 조합은 언제 봐도 힐링됨♥ 

 동기들은 히무라 센세에 대하 관심이 많은데 히무라 센세 본인이 자발적 아싸로 동기를 따 시키는 듯한 쿨내를 풍기며 오히려 센세의 이미지만 업되는 좋은 단편이었습니다 



<보리수장의 살인>

- 표제작. 중편이었다. 

 족히 스무살 이상은 어려보이며, 그걸 세일즈로 내세우고 있는 유명인사가 살해당했다. 자기의 별장인 보리수장의 연못 옆에서.

 내 기분 탓인지 유독 이번 중편은 둘이 투닥꽁냥대며 노는게 초장부터 심했음ㅋ 센세가 자기는 늦잠 자는 소설과와는 달리 강의가 있기에 빨리빨리 움직인다며 먼저 쁘띠 선빵 날리며 시작하더니, 아리스는 넥타이 가지고 시비걸고, 피해자는 50대여도 현장에 흰 자켓 입고 나타나는 34세의 너보단 낫다느니 서로 까면서 노는 분위기는 의외로 끝까지 지속되었다. 

 아마 '젊음'에 대한 의견을 서로 나누며 마지막으로 아리스가 17세에 처음 소설을 쓰던 계기를 털어놓는 등 인물에 초점을 맞출일이 많아서 그랬나보다. 달리의 고치에서도 언급되었고 또 어디선가 슬쩍 보여줬던 아리스가 소설을 쓰던 계기. 러브레터 준 날 자살 시도했던 첫사랑 이야기를 맨정신으로 처음 꺼내면서, 그 때 아리스가 처음으로 썼던 글이 '보리수장 살인사건'이래. 

 작가 후기에 보니 본인이 처음 응모한 글의 제목도 이것이란다. 내용은 많이 다르지만. 

여튼 아리스는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했지만 센세 본인은 여전히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아리스도 독자도 씁쓸한 마무리.


 별장이 있던 곳이 롯코산 근처라 관할인 효고 경찰들과 함께 했는데, 바빠서 현장 수색에는 많이 참여못한 히무라 센세 대신 아리스가 혼자 열심히 돌아다녔다. 덕분에 예의 노가미 형사의 사나운 눈초리를 혼자 감당하느라 많이 쫄아했음ㅋㅋ

 인물에 이야기를 맞추다 보니, 센세의 추리는 비교적 간단했다. 물에 들어갔다가 긴 머리 건조와 화장의 필요가 없는 용의자. 소거법으로 한방에 끝났네요.


  작가 후기에서 의도치 않다보니 '젊음'에 대한 단편이 되어버렸다고. 나이에 관한 가벼운 담론이 많이 오갔던 단편이기에, 작가는 34세로 고정되어있는 히무라와 아리스의 나이를 언급하고 간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이 '어떻게 젊게 보일까' 보단 '어떻게 잘 늙어가는지'를 보여주는게 더 중요한 것 같다는 말엔 정말 공감했음.


「인생이 1년이라고 한다면, 34세는 딱 지금같은 계절인가. 7월의 시작즈음」266


아리스는 노랗고 붉게 물들어갈 자신의 미래를 기대하며 기꺼워했건만, 평생 초여름의 푸르름을 잃지 않겠군뇨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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