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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서진] 리셋팅 레이디

RELL 2017. 12. 3. 22:22


리셋팅 레이디 1~6+외전

171114

★★★☆



 책 속에 갇혀 같은 일년을 100번 이상 반복하던 아가씨 캐런. 남주와 사랑에 빠져 희망을 가진 것도 앞의 몇 년뿐. 100년을 반복하면서 혼자도 살아봐, 서브랑 결혼해봐, 온갖 짓을 다 해도 루프에서 빠져나갈 수 없던 캐런은 이번 생에선 살인마가 되기로 결심한다. 

 나사 하나 풀려선 제 전속 시녀부터 죽인 뒤 다음엔 누굴 죽일까 하며 기이한 생기가 돌던 캐런은, 안하던 짓을 한 덕분인지 계속 똑같던 흐름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알게 된다. 제 운명을 알고는 제 살인까지 덮어주는 존재를 눈치채며, 열렬한 사랑에 빠져 제 약혼녀를 버리고 캐런을 선택해야할 남주는 그녀에게 의혹을 품게 된다.


 이렇게 막장 행보를 보이다, 제가 책 속에 갇힌 이계인이 아니라 제물이었던 모계 혈통의 저주로 아이를 갖게 될 때까지 세월을 루프한다는 걸 알게 되고, 그 사실을 고의로 숨긴 신관이자 약혼자 듈란 때문에 백년을 구르며 반복했다는 것도, 그녀가 사람을 죽이며 미쳐나가자 남주까지 그 저주의 고리에 엮어 세월을 쌓게 만들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영원히 아름다운 17세로 남기기 위해 어릴 때부터 약에 절여 결코 임신할 수 없는 몸으로 만들다니;ㅅ; 가질 수 없는 여자에 대한 동정변태의 집착이란 이렇게나 무서운 것입니다...... 결국 캐런과 남주는 지긋지긋한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듈란까지 자신들과 같은 처지로 만들고 나서야 흐르는 시간을 손에 넣게 된다.


 윤회에 지쳐 사람을 쳐죽이고 다니는 여주라니, 시작부분 너무 마음에 들어서 잘하면 별 다섯개 나오나 싶었건만...... 길어! 너무 길어! 아니 그 호흡을 쭉 이끌어가면서 길면 불만이 없는데 처지니까 문제라는 거예요. 

 그리고 기사님이 살인마라 의심하는 여자와 어떤 식으로 사랑에 빠질 지가 이번 생의 백미였는데, 로맨스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 같음. 


 딱 하나 좋았던 장면.

 레이몬드가 캐런처럼 생을 반복하게 되었을 때, 캐런은 매번 17세의 일년만을 반복했지만, 그는 캐런없는 인생을 삶에서 죽음까지 100번이나 반복하여 수천년의 기억이 쌓인 상태였다. 어차피 일년 전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죽는데 주저없던 캐런이 이리 죽고 저리 죽던 시절이라, 드디어 기억을 가진 둘이 재회했을 때 뿌린 대사가 그 고독과 지침을 보여줘서 매우 아련했음.

'전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는 것 말고는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레이몬드 세이어테스×캐런 하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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