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BL/PAST

[행복하자] 멀리있는 연인에게

RELL 2017. 10. 11. 21:20

An die ferne geliebte 1~2

Behappy

040606

★★★★★



 도이치 그라모폰의 전형적인 황금빛의 라벨이 찍힌 간소하면서도 인상적인 표지에 끌려 보기 시작했다. 그곳에 적힌 것은 베토벤의 가곡 멀리있는 연인에게(안 디 훼르네 겔립테). 바리톤 레온하르트 디트리히 반주 빌헬름 노이만.

 소설 제목이자, 말그대로 유진에게 보내는 노래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은 챕터도 곡이름과 인터미션으로 나뉘어있다. 바리톤과 테너의 정통 로맨스인데, 음악이랑 연결되니 읽으면서 빠져들었음.


 내 자체적으로 레온은 피셔 디스카우로 유진은 분덜리히로 자체 BGM을 깔아, 각 리트가 나올 때마다 떠올리며 혼자 흠뻑 취했다ㅋ 오페라쪽엔 취약해서 뇌내 브금재생이 안된 것이 좀 아쉽긴 함.

 가장 아릿했던 것은 유진이 한국으로 와버릴 때 들었던 겨울나그네의 1번 안녕히인데, 나에겐 크바스토프의 목소리가 재생되면서 아주 심장을 쥐고 흔흔드는 거ㅠㅠ 그리고 레온의 은퇴 공연 때 불렀던 멀연과 세레나데. 자신에게 와달라고 노래로 몰아치는 고백. 정말 좋았다. 레온은 사랑을 자각하자 바로 행동에 옮겼다. 사랑임을 부정하다가 집착으로 번지거나, 뒤늦게 깨닫아 삽질하지 않고, 올바른 애정으로 부딪히는 캐릭터여서 좋았음.


 그리고 사실 먼저 유진을 만났으나 결국 차지하지 못하고, 자라면서 유진을 떠오르게 하는 민영과도 잘 되는 것을 포기한 채 유진을 위해서만 살아가고 유진이 원하는대로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 크리스도 너무 짠했음. 호반의 하프타는 소녀의 노래를 유진에게 읽어달라고 하며 그의 무릎을 베고 자신의 마음을 미궁의 정원에 다시 한 번 걸어잠그며 침잠하는 마지막 장면은 못 잊을 것 같다.


 흔해빠진 정통 로맨스임에도 전체적인 스토리 진행과, 장면들과 대사들이 정말로 좋았다. 읽은 부분을 다시 읽을 정도로 재미있게 봤다. 감탄나오게 필력이 좋다는 말이 나오진 않지만, 이렇게 재미있게 글을 쓰는것도, 심리묘사를 하는것도 탁월한 능력인 듯 싶다. 무엇보다도 음악이 함께 했기에 더욱 와닿았던 글이 아닐까 싶다. 최고였다.

(레온하르트 디트리히 폰 하겐×신유진)


09.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