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BL

[카르페XD] 황궁의 이브닝

RELL 2018. 12. 4. 00:23


황궁의 이브닝 1~4+외전 1~2

180322

★★★★☆



 세도가인 팬텀가의 양자 이브는, 기사 수행 중 참여한 전쟁에서 5황자에게 반한다. 이후 팬텀가의 도움으로 5황자가 황제에 오르면서 그 대가로 이브는 황후로 책봉되어 칼을 버리고 그의 사람이 되지만, 호시탐탐 황제를 쥐고 흔드려는 가주이자 어머니를 견제하기 위해 황제는 이브를 소박맞히고 번번이 상처준다.

 강력한 금제가 걸린 주술로 가주의 꼭두각시로 살아온 이브는 자기 목숨을 마구 굴리는데다 주술 때문에 거짓말을 못하는 특이한 성격이었고, 무슨 취급을 받아도 황제 오닐에게 맹목적이었다. 생긴 것도 예쁜 애가 하는 짓도 예쁜데 처연하게 구니까 황제의 마음도 점점 열리지만 팬텀가를 외척으로 만들 수 없어 애 눈물바람으로 만드는 건 여전했고, 마침내 계획을 짜고 이브를 차지할 겸 옆나라 아테마로 출병을 하지만, 마법사들의 나라인 그곳에서 꼬여버린 전황 때문에, 일 년 후 귀환한 오닐은 적국의 왕자를 새 후궁으로 들여 이브의 가슴에 또 한번 구멍을 낸다.


 이야기 흘러가는 것만 보면 완전 시리어스인데, 감정이 많이 거세된 대신 기본 욕구에 충실하고 솔직한 이브 때문에 새로 후궁인 지그문트가 황실에 들어오고 나선 무슨 황실 삼각관계 로코 비슷하게 진행됨ㅋㅋ 애가 맹하고 귀여운데 맨날 눈물바람이라 불쌍하기도 하고, 황제는 팬텀가와 지그문트에게 이브가 자신의 약점이라는 걸 들키면 안돼서 더 상처주고 이래저래 드라마 찍다가 결국 이브에게 항복함.

 정진정명 완전한 항복이다. 명군 소리를 들을정도로 합리적이었던 오닐은 합당한 명분으로 팬텀가를 쓸어버리고, 그 와중에 역적의 아들로 폐위될 이브를 팬텀가의 가주로 삼는 것을 최선의 시나리오로 여겼다. 하지만 어머니의 인형으로 걸핏하면 오닐을 죽이려 드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던 이브는, 오닐의 곁에 있을 수 없다면 신하로서 죽겠다며 가출해선 칼 한자루 꼬나들고 전쟁터에 나가 반죽음이 되는 꼴을 보여줌으로써 황제가 항복하게 만듦. 덕분에 오닐은 오직 이브를 위해 명분없이 귀족들을 숙청하며 막가는 폭군으로 제 치세의 방향을 틀어버린다.


 「내 손에 죽는 것을, 혹은 나를 위해 죽는 걸 최선이라 여기지 마.

나와 함께 죽는 것을 최선이라고 여겨」


 쌍방짝사랑에 오해가 쌓이는 에피소드 보는 것도 즐거웠고, 너무 무겁지 않아서도 좋았고, 짧지 않은 분량으로 황제와 이브와 지그문트의 감정선의 변화를 차근차근 묘사해줘서 좋았다. 개연성없이 감정선 널뛰는 로판을 요즘 너무 많이 읽은 탓에 제대로 관찰할 수 있는 글이라 더 좋더라고.

(오닐 라 엠페라움×에블랑 팬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