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BL/PAST

[이하라] 검은 뱀의 숲

RELL 2017. 10. 11. 22:02

검은 뱀의 숲

이하라

070506

★★★★



 파르마코스, 이방인. 그들은 희생양의 다른 이름이다. 누군가를 집어 희생양이라고 명명할 수도 있지만, 다섯 가족이 전부 희생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콩가루 집안에서 태어난 이유만으로 자신들까지 가루가 되어 사그라든 네 형제의 이야기이다.


 예쁘고 독을 품은 여자였던 어머니는, 약혼자와의 아이를 가진채로 네 형제의 아버지와 결혼한다. 거기에서 나온 것이 첫째 이상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큰아버지가 어머니를 협박하여 관계를 가지게 되고 그것을 목격한 그의 아들 이상문은 방화로 그를 죽인다. 그 후 그들의 집에 들어오게 된 둘째 이상문. 셋째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온전한 핏줄임에도 가장 사랑을 못받고 자란 셋째 이상훈. 그리고 왜 큰 형이 왜 자기를 싸고 돌았는지, 작은 형이 그를 아끼면서도 미워했는지 나중에 알게 된 약혼자와의 또 다른 아이인 막내 이상원.

 마지막에가서야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죄책감과 자신이야말로 이방인이었음을 깨달은 상원의 관찰자 시점으로, 상문과 상윤의 관계 그리고 결국엔 파국으로 치달은 그들의 가족사를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상윤과 상문은 행복해지고 싶었으나 이미 그들의 어머니로 인해, 부모로 인해 관계가 뒤틀린 상태였다. 그들과 같은 삶을 살지 않으리라 다짐했어도 그들 못지 않은 비참한 결말을 맞이한다.

 상문은 상윤에게 내쳐져 조폭생활을 하다가 칼 맞아 죽고, 결핵으로 언제 죽을지 몰랐던 상윤은 그가 죽은 뒤 일주일 후, 모든 것을 바꿀 수도 있었던 서울로의 도피를 거부한 뒤 줄곧 가지고 있던 기차표를 손에 쥐고 자살한다.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마음 아팠지만, 화자가 그들과는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사이이며, 그들의 시작과 마지막을 전부 봐야했고, 무엇보다 그들을 사랑한 사람이었기에 더 안타까웠다. 사실 상원도 사랑하지도 않는 아내와 살면서 평범할지언정 결코 행복해지진 못할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이것도 첫째와 둘째가 거쳤던 저주. 그들의 집이 있던 그 검은 뱀의 숲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저주인지도 모르겠다.


 이하라님의 첫 소설. 바닥으로 치닫은 인간군상들 격한 감정을 다루면서도, 화자의 시선을 빌어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하다. 그래서 이 소설은 더욱 슬프다.

(이상문×이상윤)


09.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