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BL/PAST

[이순정] Time To Say Goodbye

RELL 2017. 10. 11. 21:49

Time To Say Goodbye 1~2

Leesoonjeong

080803

★★★★



 지독하게 절절한 이야기였다. 자신에게 너무 집착하는 남자의 점점 비뚤어지는 애정탓에 잠시 떨어져있자고 하자 그걸 오해한 남자가 자신을 떠나 사고로 죽어버린 뒤 12년간 텅빈가슴을 안고 살아온 아일과, 소원대로 떠났으나 결국 아일을 잊지못해 다른 모습과 다른 이름을 쓰고 곁에서 마음 죽이며 12년간이나 비서 루제인으로서 지켜본 쉐이든.  이 둘의 지긋지긋한 권태기 극복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들의 이야기는 다른 모습으로 만난 뒤 12년이나 지나서, 쉐이든의 생존가능성에 희망을 본 아일이 그의 행적을 쫓기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12년간이나 무적의 가면을 써왔던 수석비서 루제인은 그때부터 조금씩 감정이 새어나온다. 아일은 쉐이든의 흔적을 쫓으며 희망을 가졌다가 절망하길 반복하면서 눈물로 젖어가던 중 루제인을 의식하게 되고 그를 마음속에 들이게 된다. 영원한 사랑이라고 했던 쉐이든을 놔두고 루제인을 사랑하게 된 것은 본능적으로 그가 쉐이든임을 알아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순정님이 글을 교묘하게 써놓으셔서 사실 예약할때는 아 루제인이 쉐이든이겠구나 싶었음에도 1권을 읽는동안에는 확신하지 못했다. 2권에서 쉐이든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지인들에게 확인하러간 아일에게 지인들이, 쉐이든의 생존을 아일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것을 보면서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루제인, 아니 쉐이든의 사랑이 소름끼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다 읽고 반추해보면 아일은 로또맞은 거다 싶더라고. 이렇게 절절한 남자가 어디있니? 다정공은 그다지 안좋아하는데, 말이 아닌 온몸으로, 그 긴세월동안 한결같이 사랑을 말하는 남자에게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


 작은 폰트와 편집 때문에 2권이지만 글은 꽤 길었다. 역시 실력자답게 긴장감의 완급조절도 좋고, 매끄럽기 그지없는 문체와 흥미로운 설정, 사건이면 사건 로맨스면 로맨스 어느것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모든 것을 하나로 아우르며 쌈빡하게 끝내는 결말까지 한편의 대하로맨스 영화를 보는 듯 했다. 비록 쉐이든과 12년전의 사건의 본질을 찾아가는 전체의 과정이 너무 쓸데없이 복잡한 경향이 있긴 했지만, 앞서말한 장점과 함께, 책을 덮었을 때의 그 긴 여운까지 정말 좋은 글이었다. 아 진짜 순정님 최고.

(루제인 이즐러×아일 헥쳐)


08.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