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BL/PAST

[그냥파랑] 네무스

RELL 2017. 10. 11. 21:57

네무스 - 작고 푸른 나무 1~2

그냥파랑

080224

★★★★☆



 격이 다른 로맨스와 광활한 대서사시였다. 이런 엄청난 스케일의 작품은 너무 간만이어서, 가슴이 아직도 진정되지 않음ㅋㅋ 우주 최강의 키다리 아저씨에게 완벽한 보호를 받으며 자라, 청년이 되어서는 누구도 비교할 수 없을 절대적인 사랑을 받은 청년 진유의 이야기이다.


 43종의 인류형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광활한 우주는 창조주의 권능아래 인간들이 흔히 말하는 천사에 비견되는 스멜타와, 쾌락과 폭력과 미와 육체적인 것들을 숭상하는 악마에 비견되는 토트알이 신적인 존재로서 군림하고 있었다. 스멜타와 토트알의 한바탕 전쟁 이후 우주는 20개 구역으로 나뉘어 토트알 원수들의 지배를 받게 되었는데, 그 중 식물과 교감하는 작은 행성인 첸다에 창조주의 말살명령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 임무를 수행하러 말살 디데이 10여년전의 첸다로 갔다가 고아 소년을 발견한 원수 우미델은 멸망이 예견되어있는 행성에서 10여년간을 소년의 대부로 알뜰살뜰하게 보호해온다. 그리고 디데이가 다가왔을 때, 청년으로 자란 소년을 앞에 두고 신적인 존재인 그가 느낀 것은 사랑이었고, 전 첸다인이 멸망하는 가운데 창조주의 뜻을 거스르고 그를 빼내와 반려로 삼으며 끔찍하게 사랑해준다. 는 것이 대략적인 스토리. 그 이후에 토트알의 모성 테라 팔모에서의 생활과 전쟁등 여러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기본적으로 고대 로마를 떠올리게 하는 정치와 사회 배경에, 풍류를 더하기 위해 섞인 동양적인 것들은 너무나 매력적인 설정이었으며, 신족인 그들이 사는 방식은 그리스로마신화의 신들을 떠올리게 했다. 정치판과 사회에서 짜릿하게 넘실대는 수사법과 우주의 전장에서 그에 못지 않게 벌어지는 화려한 병법이 난무하는 전쟁까지. 그야말로 빠지는게 없이 독자에게 유쾌한 볼거리를 제공해주었으며, 그에 못지 않게 문체 뿐만 아니라 문장도 씹어먹을 정도로 좋았다. 다채롭게 사용되는 단어들과 수식어구들, 누가 말했던 것처럼 문장들은 관능적이었고, 세심하고 또한 거침으로써 이런 장대한 스케일의 글에 어울렸을 뿐만 아니라, 서사적이기까지 한 문체는 그야말로 분위기와 작품전체가 혼연일체로 찰떡궁합이었다.


 게다가 전 우주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절대적인 사랑을 쏟아붇는 우미델과 그 사랑을 받는 진유는 어떠한가. 아 정말 우미델은 굉장했다. 또한 진유도 저런 포지션의 주인수가 할만한 착한 척 위선 떠는 게 없어서 좋았다.


 '첸다가 멸망했다 해도 난 아무 상관없어. 첸다를 멸망시켰다고 해도 선생님이 원망스럽지 않아. 만약 선생님을 잃는 대신 첸다 사람들을 다 살릴 수 있다 해도 난 선생님을 택해. 내게 의미 있는 분은 오로지 선생님뿐이야. 첸다인 수십억명보다 오로지 선생님을 원해. '

 라고 읊조리는데, 그야말로 사랑해주는 보람이 있는 소년이 아닙니까. 우미델의 완벽한 보호 속에서도 그것을 누리지만 결코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려는 소년은 좋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온갖 대의명분을 끌어들여 자신에게 유용하게 이용할 수는 있어도 자신이 대의명분에 구애되는 인간은 결코 아닌' 우미델님의 우주를 발칵 뒤집을정도의 로맨스는 말할 필요도 없고요.

(우미델×진유)


09.08.06